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필운

불법파업. 많이 들어봤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다 불법이라는 뉴스가 뜬다. 수사도 재판도 하지 않았는데 ‘불법파업’이라고 시작한다. 여론은 부정적으로 돌아선다. 파업이 불법이래. 아휴 왜 또 저래.

한필운 변호사
한필운 변호사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51일이나 지속됐다. 진통 끝에 임금 4.5%인상에 합의하고 7월 22일 강제로 종료됐다. 불법파업인가. 사측과 정부는 불법이라고 단정했다. 이 의견을 받아쓰기 하는 언론들도 ‘불법파업’이라고 쓴다. 위법성을 누가 따져보았는가. 파업 전체가 불법인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파업 한 달 만에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노동조건의 기준, 노동자의 복지후생, 노사관계 조정 등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장관은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쟁의행위를 두고 ‘불법’ 운운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급기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권력투입을 검토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긴장감 속에 파업 노동자들은 백기투항을 했다. 정부는 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조사하고 있다. 손실액이 8000억에 이른다는 기사가 깔리기 시작했다. 손해배상 폭탄을 노동자에게 던질 셈인 듯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조건적인 권리가 아니다. 헌법상 단체행동권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에 관해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단체행동권 행사인 쟁의행위는 사측의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파업권이 ILO 핵심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에 의해 보호되는 단결권으로부터 당연히 파생되는 본질적 권리이며, 직장점거는 파업 수단으로 인정한다. ILO ‘전문가 위원회’ 역시 파업할 권리에 회사를 점거해 사용자를 압박하는 것도 포함한다.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장 내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인정한 국내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20년 9월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해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다.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해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해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했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해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3. 선고 2015도1927).

따라서 파업 기간 중 개별적인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불법이면 수사하고 재판할 일이다. 물론 그 기준이 되는 국내법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매우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파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손해배상도 지켜봐야 한다. 파업이 없었을 상태와 파업이 발생한 상태를 비교해서 손해액을 산정하면 안 된다. 법률상 정당 파업이 있었을 경우와 비교해 손해액을 산정하라. 그리고 그 손해가 진정 노동자들의 행위로 발생한 손해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1㎥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노동자가 불법인가. 다단계 하청을 일삼고 교섭을 거부하며 최저임금에 위험천만한 노동조건으로 노동자를 내몬 원청회사가 불법인가.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국민에게 ‘불법’이라고 협박하는 정부가 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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