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톤급 이상이면 태풍주의·경보에도 운항 가능
‘야간운항 금지’ 해제 없이 1일 왕복 사실상 불가
선사 이익 우선... 여객선공영제 도입 ‘미적지근’
용기포항 확충해도 협소... 한중카페리 대비 필요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를 잇는 하모니플라워호(2071톤)가 내년 5월이면 운항이 종료된다. 옹진군은 대체 카페리여객선을 물색 중인데 2400~3000톤급 선박일 것으로 예상된다.

섬 주민에게 배는 대중교통이다. 그런데 백령항로는 기상악화로 연간 90여일 운항을 못한다.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을 최소화하고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천후 1만톤급 여객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백령도는 제주도·울릉도와 달리 그렇지 못하다. 여객선 공영제 도입 외에도 갖가지 다양한 개선이 필요하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지난 20일 오전 서해 기상악화로 인천과 섬을 잇는 항로 14개 중 인천~백령도를 잇는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이날 오전 6시 20분 기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인천 먼바다에선 파도가 3m 높이로 일고 초속 14m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

해사안전법에 따른 하모니플라워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바람이 최대 초속 18m 이상이거나 파도 높이가 4m인 경우 운항을 중지해야 한다. 즉, 20일 기상상황 정도에 하모니플라워호는 뜰 수 있었다.

해사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른 선박출항통제 기준을 보면, 하모니플라워호 같은 2000톤 이상 내항여객선은 선사가 해수부에 제출한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풍랑·폭풍해일주의보에도 상황에 따라 운항할 수 있다.

하지만 선사가 선령만료를 앞둔 하모니플라워호를 띄우는 위험을 감수할 리는 만무하다.

하모니플라워호 운항관리규정.
하모니플라워호 운항관리규정.

세월호 참사 후 정부는 출항 여부를 전적으로 선사와 선장에게 맡겼다. 책임 또한 선사와 선장이 지게 했다. 정부가 안전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출항권한을 선사에 모두 넘겼으니 선사가 보수적으로 운항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기상악화에 따른 출항 통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울릉도·제주도처럼 1만톤급의 여객선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선박출항통제 기준을 보면, 7000톤급 이상의 내항여객선 태풍주의보와 경보에도 출항할 수 있다.

1만톤급 인천~백령 6시간 이상... 야간운항 제한 왕복 못 해

하지만 인천~백령 항로에서 1만톤급의 초대형카페리는 운항해도 이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보통 목포~제주와 포항~울릉을 오가는 1만톤급 여객선은 20노트(시속 37km)의 속력으로 운항한다. 인천~백령 항로에서 이처럼 운항하면 편도 6시간 넘게 걸리는데 야간운행이 금지된 서해5도에선 하루 왕복이 힘들다.

야간운항 제한이 해제된다면 새벽 운항으로 하루 2차례 여객선이 뜰 수 있겠지만,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서해5도 주민·어민들은 십수년째 야간운항 제한 해제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고작 일출·일몰 전후 30분씩 연장됐을 뿐이다.

연료를 더 투입해 속도를 높이면, 해가 긴 여름 같은 때엔 야간운항 금지에도 하루 왕복운항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선사의 수입이 줄어든다. 또한 초대형카페리가 도입된다면 화물선 선사들이 물동량 감소를 우려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여객선공영제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심효신 서해3도이동권리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화물선은 여객선에 비해 속도가 느려 북으로 월선해도 단속할 수 있어 야간운항을 허용하고, 여객선은 그 반대라 야간운항이 안 된다는 게 해군·해경의 논리다. 상당히 구시대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런 뒤 “야간운항 금지만 풀어줘도 7000톤급 이상 여객선이 취항해 주민들의 이동권 제약을 해결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용기포항.
백령도 용기포항.

인천해수청 “용기포항 3000톤 기준... 여객선 크면 대청·소청도 접안 못해"

현재 백령도 용기포항 부두 규모가 1만톤급 카페리가 취항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는 2025년까지 187억원을 투입해 용기포항에 카페리 전용부두 130m를 조성할 예정이지만, 최대 3000톤급 카페리를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인천해수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도 백령·대청도는 4657톤급의 화물선 미래9호가 접안하고 있다. 1만톤급까지는 어려워도 미래9호와 비슷한 수준의 여객선은 접안할 수 있다는 의미라 인천해수청의 설명은 납득이 어렵다

이에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용기포항 초대형여객선이 들어온다 해도 부두가 더욱 협소한 대청·소청도에는 접안할 수 없을 것이라 부두 규모를 더 늘리는 것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용기포항은 향후 백령도와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잇는 카페리 국제항로 개설을 위해서도 규모를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천시는 지난 2017년부터 해당 항로 개설을 한중해운회담 의제로 채택해줄 것을 해수부와 외교부 등에 수차례 건의 중이다.

정리하면, 야간운항 제한 해제와 여객선공영제 도입, 용기포항 부두 확충이 선행돼야 인천~백령항로도 1만톤급 초대형카페리를 띄울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 5월 운항공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서해5도 주민들에겐 꿈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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